거짓말같지만, 난 학기중이 요번방학보다 행복했다. 있지, 학교다닐 땐 내가 사는 이유가 무엇보다 분명하다. 나에게 벽이 되는 것이 나 자신에겐 살아가는 이유다. 확실히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싱, 패턴인식, 통신이론 같은 것들은 나에게 벽이었다. 벽, 방해물. 완벽히 마스터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벽을 조금 통과한 것 같은 오묘한 느낌이 나에게 올 때, 아 알겠다! 하는 선명함이 나에게 존재할 때, 나는 누구보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분명히 느꼈다.
요샌 내가 왜 사는지를 모르겠다. 브람스는 멋지다. 내 소리가 전체의 일부가 되어 윙윙 울려나가는 건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좋다. 함께 합주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 역시 소중하다. 그렇지만 브람스가, 내 삶의 이유가 되기엔 이프로 부족하다. 그러니까 첼로는 나에게 취미생활인 것이다, 업이 아니라.
차라리 내가 뛰어나게 잘난 머리를 가지고 있다든가, 죽여주는 몸매 혹은 보기만 해도 상대를 매혹시킬 얼굴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거울을 볼때마다, 내 존재의 이유를 느끼도록. 살아있는 그 것만으로 아름다운 존재였다면 내가 살아야 하는 또다른 이유를 굳이 찾을 필요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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